2020년 10월 16일, 17세 고등학생 A군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군의 위에서 치사량의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이 검출. 아파트 재활용쓰레기장에서 발견된 물병에서도 아질산염이 검출되면서 독감 백신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웬만하면 사이버렉카짓 안 하려고 했는데, 아질산나트륨에 꽂혀서;;; 이것저것 알아봤습니다.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 영어로 Sodium Nitrite. 화학식은 NaNO₂)은 식품첨가물의 한 종류이며, 발색제 및 방부제(보존제 - 특히 지방 산화 억제), 그람 양성균 억제제로 사용됩니다(특히 보툴리누스균).


아질산나트륨 첨가 가공품, 붉지 않을 수도 있어

(쇠고기 같은)붉은색 고기에는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근조직에 산소를 운반하는 주요한 색소이며, 근육이 붉은 색을 띠게 만드는 철결합·산소결합 단백질의 구성 요소지요.

헤모글로빈도 붉은 색이죠? 혈액에 많은 색소이고, 고깃덩어리에 핏물이 있으면 헤모글로빈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아질산나트륨은 고기에 함유돼 있는 미오글로빈이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일산화질소 미오글로빈, 일산화질소 헤모글로빈을 만듭니다. 이 물질들이 고기를 먹음직스런 선홍색 빛깔을 띄게 만드는 것이에요. 생고기를 후라이팬에 익히면 희멀겋게 되는 것과 달리, 햄은 구이 여부에 상관없이 불그스름하죠? 아질산염(아질산 나트륨)이 발색제 역할을 해서 그런 것입니다.



만약 고기에 미오글로빈, 헤모글로빈 등의 색소가 없다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해서 가공하더라도 붉은 색깔이 안 나겠지요? 일산화질소 미오글로빈, 일산화질소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어묵같은 흰살 생선 가공품들이 희멀건 색깔을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보툴리누스균의 유일한 억제책 :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

햄, 소세지같은 육류가공품은 살균처리를 한 다음 ①진공 포장하거나, ②밀봉 후 탈산소제를 넣거나, ③통조림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지요? 산소의 접촉을 차단하면 지방의 산패나 내용물의 부패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호기성 세균이 힘을 쓸 수 없는 조건이겠죠?


하지만 보툴리누스균은 미량의 산소가 있어도,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혐기성세균?).

게다가 보툴리누스균은 산소가 없으면 "보툴리누스독(보툴리눔 톡신; Botulinum toxin)"이라는 독성 물질을 뿜어댑니다. 보툴리누스독은 화학적 구성에 따라 A형부터 H형까지의 분류가 있는데, H형 보툴리눔 톡신은 현재까지 밝혀진 지구상의 독극물들 중에서 가장 강력해요. 청산가리, 폴로늄보다도 독해서, 1kg이면 전 인류를 두 번 죽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보툴리누스균이 생성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보툴리누스균을 만드는 박테리아인 클로스트리디옴 보툴리눔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은 아질산나트륨이 유일합니다(현재 기준). 그래서 약방의 감초처럼 육류가공품에 아질산나트륨을 넣는 것입니다(어쩔 수 없이...).


다행인 점은... 섭씨 100도 이상에서 최소 10분 이상 살균 처리하면 (보툴리누스균은 잘 안 죽어도) 보툴리누스독은 파괴된다고 하네요(보툴리누스독은 일종의 단백질이래요. 출처 : 나무위키 ).


※ TMI(too much information) : A형 보툴리누스 독을 희석하여 피부 미용(주름 개선)에 쓰는데, 그것이 바로 "보톡스"입니다.ㅋ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은 발암물질!

1972년 네브래스카 대학 의학 연구소에 있는 Sidney Miruish 박사가 아질산염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하며, 이 니트로사민이 쥐의 종양을 발생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단백질 안의 '아민'과 반응하여 니트로사민을 만드는데(산성조건에서 나이트로소화 반응), 니트로사민은 아주 강력한 발암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에서는 아질산염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 있음"이라는 2A등급 발암 물질로 지정하고 있다고 하네요(출처 : 위키백과).


※ 동물실험 자료는 있으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경우 2A군으로 분류.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타민C 또는 에리토브산나트륨 같은 항산화제를 사용하면 니트로사민이 생성되는 것이 억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식품업계에서는 아질산나트륨과 비타민C를 같이 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가공육을 섭취할 때 비타민C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과일/야채를 곁들여 먹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식육제품에 들어간 아질산나트륨은 이미 고기의 단백질과 결합되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몸 속의 단백질 성분과 다시 결합하여 니트로소아민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고 해요. 겁을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가공육을 '먹으면 안된다'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된다'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질산나트륨 빼고 샐러리추출물 넣었어요~는 눈속임!

아질산나트륨을 무조건 안좋게 보고 피하는 분들이 늘어나다보니, 7무첨가 등의 표기를 하면서 "합성아질산나트륨 무첨가!" "우리는 샐러리분말(샐러리추출물)을 넣었어요~" 이런 식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합성아질산나트륨, 카라기난, 염화칼륨, 코치닐추출색소, 에리토브산나트륨, 수용성안나토, D-솔비톨(소르비톨) 무첨가

▲ 실제로 저도 이런 문구들에 혹해서 많이 사먹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하지만 대부분의 채소들은 아질산염을 자연적으로 (거의) 생성하지 않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의 화학식은 NaNO₂ 죠? 질소 원소기호가 보이네요. 질소... 비료가 생각나죠? 상품용 작물을 빨리+크게 키우기 위해 화학 비료와 유기 비료를 사용할 경우, 해당 비료에 질산염이 많이 들어 있으면 그것을 흡수한 채소에도 매우 많은 양의 질산염과 아질산염이 검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양배추, 양상추, 시금치, 샐러리, 파슬리, 순무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을 것이고, 여기서 아질산나트륨만 선택적으로 추출해서 고기에 섞는다 한들, 천연/인공을 따질만한 가치가 있을 리 없겠지요.


그리고 위에서 신선한 야채/과일을 곁들여 먹을 것을 권했었는데, 아질산나트륨만 쏙 뽑아 넣으면 야채의 다른 성분들이 유해성을 낮추는 작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에요. MSG를 미원으로 넣든 마시마로 넣든 복합시즈닝으로 넣든 똑같은데 마케팅 기술에 낚여서 과민 반응했던 과정을 아질산염에서도 똑같이 반복하는 것입니다.ㅋ


작은 결론 : 광고에 낚이지 말자. 야채로 먹는 것이 최고.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 치사량은 얼마?

소량 장기간 섭취는 발암물질이지만 대량 순간 섭취는 급성 독성입니다.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을 산화시켜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능력을 상실시키는 메트헤모글로빈을 형성,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고 해요. 검색해보면 아질산염 중독 증상으로 청색증, 빈혈, 저혈압 등을 언급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전에 구토(구역질) 증상을 먼저 보인다고 합니다(배출되겠죠? 쉽게 죽지 않는 신비로운 우리 몸.).


▼ 아질산나트륨 결정체(Sodium nitrite crystals). 출처 : 위키백과


아질산나트륨 결정체는 소금, 설탕과 비슷하게 생겼죠? 그래서 소금으로 착각하고 국에 아질산염을 넣는 바람에 호흡곤란으로 죽는 사고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시판되는 아질산나트륨(소금 혼합)은 혼동을 막기 위해 밝은 분홍색으로 염색하여 소금/설탕과 혼동하는 것을 막고 있답니다.


▼ 국내에서는 염지소금, 핑크솔트, 큐어링솔트, 피클링솔트 등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의 비율은 6%~8% 정도. 수제 햄/수제 베이컨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이겠죠?


양덕들이 하드캐리(Hard Carry)하는 믿을만한 위키백과 자료에 따르면

인간의 아질산나트륨 최소치사량은 71mg/kg라고 합니다. 그램으로 환산하면 0.071g/kg이겠고, 65kg의 성인 남성이라면 0.071 x 65 = 4.615g 또는 그 이상을 한번에 먹었을 때 아질산염 급성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성인의 치사량이 4~6g 정도라고 대략적으로 적은 다른 글들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고, 얼마 전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던 17세 청소년을 부검한 결과 위장 속에서 4g의 아질산염이 검출되었다는 것도 아질산나트륨 최소치사량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최소치사량은 일일섭취허용량(ADI : Acceptable Daily Intake) 기준입니다. ADI(Acceptable Daily Intake)는 사람이 평생 섭취해도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인당 1일 최대섭취량을 뜻해요.


아무튼, 우리가 신경 쓰이는 것은 햄/베이컨에 들어 있는 아질산나트륨의 양. 정확히 표현하면 "잔류 아질산나트륨 이온의 양"이지요? 제목 보고 들어오신 분들이 제일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는 "식품첨가물공전"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여기에 잔류 아질산나트륨의 기준이 나와 있었습니다(국내 제작 가공품 기준).


최대 0.07g/kg라고 나와 있네요. 

햄을 자기 몸무게만큼 먹어야 치사량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65kg의 성인 남성이 65kg의 햄을 하루에 먹을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화학비료/유기비료를 "많이" 써서 재배한 채소의 경우, 포르투갈 북부의 농업거점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잔류 질산염이 적게는 54 mg/kg, 많게는 2,440 mg/kg까지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 쪽을 걱정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가도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이 나이트로사민의 형성을 억제하니까 신선한 채소와 햄을 같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나 싶기도 하고... 헷갈립니다. 아무튼 강제로 성장을 촉진시킨 채소를 멀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질산나트륨이 수용성이라는 것! 가공육이나 야채를 끓는 물에 2~3분 정도 데치면 아질산나트륨을 비롯한 질산염들을 상당량 제거할 수 있다고 하니, 어린 아이처럼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라면 (다소 맛이 떨어지더라도) 데쳐 먹는 것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나름의 결론

물에 잘 녹는 성질이니까 인체 축적에 따른 급성 중독, 발암 등에 대한 걱정을 지나치게 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물 많이 먹고 화장실 몇 번 가면~~~ ^^;;


아질산기, 질산기의 공통 특징이 혈관 확장이라네요. 두통 있으신 분은 가공육 많이 먹었을 때 관자놀이쪽 혈관이 두근두근+두통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하시고...


아질산나트륨에 대해 겁을 많이 심어주고 6無, 7無~ 샐러리 분말~~ 이러면서 마케팅하는 것이 테프론 코팅 후라이팬의 유해성 부풀리기와 비슷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PFOA, PFOS 환경호르몬 프리 선언을 7~8년 전에 했던 테플론 코팅 후라이팬을 까내리는 데에 1990년대 이전의 옛날 정보를 동원하고, 대체재인 세라믹코팅 프라이팬을 비싸게 팔아먹는 것에 소비자가 휘둘리는... (정작 원청은 테플론코팅, 세라믹코팅 작업을 모두 하기 때문에 외주 들어오는대로 만들어주면 땡인 상황.ㅋ)


아무튼,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저는 골고루 잘 먹고, 물 많이 먹고, 쉬~~ 많이 하겠습니다.ㅋ


※ 참고 문서

https://ko.wikipedia.org/wiki/아질산_나트륨

https://namu.wiki/w/보툴리누스균

https://www.foodsafetykorea.go.kr/foodcode/04_03.jsp?idx=8200284

http://www.kfsri.or.kr/02_infor/infor_01_02.asp?idx=84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26/2007122600001.html

http://www.todaysppc.com/u/?u=free/448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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