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네, 저 사기 당했습니다(못난 놈.^^;;). 무슨 일을 하든 코너에 몰려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울 때 최저가만 검색해서 들어갔다가 보기 좋게 걸려들었지 뭡니까. 이제부터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중고거래는 판매/구매 모두 보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기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처벌이 가능한 죄)나 반의사불벌죄(피해자에 의사에 반해 처벌할수 없는 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스스로 법원에 요청하여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고, 자잘한 사건은 길게 봐야 2년 정도면 끝을 볼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지세요(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ㅜㅜ).

비슷한 일을 당하신 분들께서 당황하지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 제가 일을 처리했던 과정을 적고, 미흡하게 대처했다고 판단되는 점들을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2. 당했다!! 더치트 조회 및 증빙자료부터 준비하자.

 


저의 경우, 가해자가 계속해서 입금이 안 되고 있다고 우기는 수법을 취하더군요. 이야기를 끌수록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되어 강하게 압박하였으나(이게 통하면 가장 좋았겠죠.) 돈을 돌려받지 못했고, ‘상대 은행에 정보조회하여 내역이 존재할 경우 경찰서에 신고(진정서접수 혹은 고소)하겠다’고 최후통첩 후 피해자 조회 및 증빙자료 준비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세부 가이드라인 -

 

피해자 분들께서는 더치트 사이트(링크)에 가셔서 전화번호, 이름, 계좌번호 등으로 조회해 보세요. 리스트가 뜨면 '당했다'고 판단하시면 되겠습니다(가입비가 들더라도 그 정도의 가치는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꼭 조회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물론 사이트 운영 면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으며, 이 부분은 뒤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기의 확신이 있으면 피해사례를 등록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피해자끼리 댓글놀이 하면서 얻게 되는 가해자 관련 정보들도 있습니다.

 

▲ 더치트의 결정적인 장점은 범인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_-b

 

그리고 증빙자료 수집에 들어갑니다. 스크린 샷(있으면 좋고 없어도 할 수 없고), 입금확인증 정도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사건 경위 등도 따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면 서류 작성할 때 좋고, 가해자가 뉘우치지 않고 있을 때는 해당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문자 스크린 샷이나 통화 녹음자료 등을 함께 준비해 두면 감형하지 말아달라고 탄원서 보낼 때 좋은 자료가 됩니다. 이것들이 모두 서류 작성의 바탕이 됩니다.


p.s. 더치트 사이트의 대응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겠으나, 내용 중 '경찰서에 신고 후 사건사고접수확인원 발급요청 -> 해당계좌 지급정지 시키라'는 부분은 △ 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국내 법 기준으로 계좌 지급정지 요청은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를 당했을 때'만 은행이 받아들일 의무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은행이 안 해준다고 하면 별 수 없더군요(우리은행은 고객보호를 이유로 절대 안 해주더라는... 하긴, 은행 입장에서는 돈 맡기는 사람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러니 계좌 지급정지를 직접 하고 싶으시면 가능 여부를 해당 은행 본점에 직접 문의해 보고 가세요. 개인이 하지 않더라도 경찰 쪽에서 결국 해주긴 할 겁니다(대신 내가 입금한 돈은 저 멀리 갈 확률이 높아지겠죠.;;;). 경험해 보니 지급정지 신청은 돈 낭비/시간 낭비인 듯하여 비추천.

 

 

3. 경찰서vs사이버경찰청. 장단점을 비교하여 신고하자.

 

저는 관할경찰서에 진정서를 넣었습니다만, 피해금액 정도만 돌려받고 말 것인지 악랄하게 탈탈 털 것인지는 여기서부터 갈린다고 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1) '고소'를 할건지 '진정'을 할건지 결정합시다.


가해자의 신상(이름/주소 등)을 알고 있다면 바로 '고소'를 하시면 됩니다. 고소는 경찰이 처리결과를 피해자에게 반드시 통지해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반면 가해자의 신상을 모를 경우 '진정'을 하셔야 합니다. 진정은 고소 전의 절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정서를 접수하여 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은 수사 후 자동으로 검찰에 넘겨 처벌 절차를 밟거나 피해자에게 고소여부를 묻는 등으로 진행이 될텐데, 진정인에게 결과 통지 의무가 없다는 게 단점입니다(피해자일 경우 본인 신청에 의해 수사결과나 기소여부 등의 결과를 통지한다는 규정이 있긴 한데... 잘 안 지켜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통보요청을 전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자 연락조차 없고, 판결과정까지 자동으로 처리된 뒤 법원에서 공탁금 수령관련 서류만 딸랑 오더군요.).

 

진정서 접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제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고소장 접수를 통한 해결 과정이 궁금하시면 네이버 블로거 'minu'님의 글(링크)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빠른 처리 vs 철저한 통보 : 선택은 본인 몫.

 

이제 고소장/진정서를 관할 경찰서에 직접 가서 작성할지, 사이버경찰청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작성할지를 결정할 차례입니다. 경찰서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면 일처리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진정의 경우 (저처럼) 통보를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궁금할 때마다 (귀찮겠지만) 전화를 직접 걸어 진행과정을 알아봐야 합니다. 반면 사이버경찰청에는 '내 사건 처리 경과 조회'라던지 '내 사건 수사팀장과의 대화' 등의 메뉴가 별도로 존재하므로 직접 통보도 받고 수시로 사이트에서 조회까지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이용해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프라인 신고보다 일처리가 느리다고 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고소장'을 쓸 경우라면 경찰서에 직접 가서 서류를 작성하면 되겠고, '진정서'를 쓸 경우라면... 느긋하게 기다리며 피해 원금 정도만 보상받을 생각이면 경찰서에서,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추가 조치(감형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 작성)를 하고자 하는 경우(원금보상+α는 능력껏.) 사이버경찰청에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진정서를 작성하게 되더라도 나오기 전에 '저는 피해자이니 반드시 처리경과를 통보해 달라.'고 요청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처리과정을 알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십시오. 만약 경찰서로 직접 가고자 한다면 112(범죄신고)나 182(민원상담/실종신고)로 전화하면 거주지 경찰서의 담당 부서('지능범죄 수사팀'이었던 것 같네요.) 형사님을 연결해주실 겁니다. 외근 나가시거나 야근/숙직 후 오프이실 때 가면 헛걸음하시는 거니, 미리 약속시간을 정하고 가세요. 신분증과 증빙자료들도 챙겨 가시고요.

 

고소장이나 진정서의 대략적인 서식을 보고 싶으시면 이 곳에서 '수사'카테고리를 뒤져 보세요. 감 잡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4. 기다림, 그리고 가해자 부모와의 통화

 

신고하고 두 달쯤 지났나? 담당 수사관님께서 가해자(미성년자) 부모님 전화번호를 문자로 통보해 주시더군요. 냉큼 연락해 봤지요(경찰 분들, 일처리는 확실히 빠릅니다. 가해자 편인지 피해자 편인지 모르겠는 행동을 종종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렇지;;; 정이 너무 많으셔서 그런 건지...).

 

가해자 부모님 : 사기 금액이 너무 커서 변제하기 너무 힘듬. 도의적인 차원에서 원금보상 정도
                      만 해 주겠음.
나                 : 그만큼 죄가 크다는 것임. 진정한 도의적 보상이라면 원금+경찰서 출입시 들었
                    던 교통비+가해자와 연락/은행에 연락시 들었던 통신비 정도를 보상해 주셨으면
                    함. 가해자는 계속 도망다녀 잡히지도 않은 상황이고 뉘우치지도 않고 있는데 보
                    상만 이야기하고 계신 건 너무하심(당신 자식 벌 안 받게 하는 데에만 관심 있으
                    시고.).가해자 부모님 : ... 그럼 계좌번호 주셈.
나                 : OK. 여기 있음.

 

나이 드신 분이니 점잖게 입금해 주시겠지~ 하고 기다려 봤습니다.


.
.
.


네 달간 연락이 없습니다(믿은 내가 바보지.ㅋ).

 

 ※ 저의 실수 포인트
   - 입금기한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 사기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을 받는 죄라는 점을 간과하였습니다.
   - 상대방이 미성년자이므로 처벌이 약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간과하였습니다.
   - 처벌을 줄여주는 합의서 작성여부에만 관심을 가졌지, 감형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작성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간과하였습니다
     (이게 진작 생각났으면 합의금 조정이 수월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 상대측이 형량을 줄일 목적으로 피해 금액을 공탁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사기죄의 경우 가해자 측이 피해금액 정도만 공탁하면 법원에서는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하여 정상 참작을 해 준다고 하네요(미성년자+초범의 경우에는 더욱 아쉬울 게 없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최초 합의 당시에 탄원서나 합의서 작성을 명목으로 합의금을 조정하지 않았던 점도 상대방에게 여유를 주게 된 것 같고, 가해자 검거여부/기소여부 등을 줄줄이 통보받지 못함으로써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하겠으니 감형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보낼 시기도 놓쳤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피해자분들께서 적극적인 대응(압박)을 염두에 두신다면 저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5. 사건 종결 & 공탁금 수령.

 

일을 당한 지 6개월~7개월 정도 지난 것 같네요. 신경 쓰기 귀찮아서 잊고 살 때쯤 본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법원에서 문서가 하나 날아왔는데, 사기 어쩌고 저쩌고... 상대방이 공탁을 했으니 공탁금을 찾아가시게. 안 찾아가면 합의 거부로 인정. 국고로 귀속될 것임.”


!!!!!!

 

덕분에 일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었음을 알게 되었네요(가해자 부모님도 말과 행동이 다르구나...). 본가가 멀고 바쁘기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문서를 직접 볼 수는 없을 것 같았고, 궁리 끝에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합니다. 법원 업무가 온라인으로 많이 넘어갔다고 하던데, 어찌 돌아가는지 경험도 해 볼 겸...


  - 세부 진행 과정 -

 

'대법원 전자공탁 사이트(http://ekt.scourt.go.kr)'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회원가입 후 '나의공탁' 메뉴로 진입(공인인증서 필요합니다.)하여 내역을 조회해 보니 공탁금, 사유, 근거되는 사건번호 등이 주루룩 나옵니다.

 

응? 사건번호?

 

낌새가 이상하여 해당 사건 처리현황을 찾아보기 위해 대법원 홈페이지로 접속 → 지방법원 페이지로 이동.

 

  T i p.
접속 경로는 대법원 → 각급 법원입니다(링크 드립니다.).

 

 

'사건번호'와 '당사자명'을 입력해 봅니다.(스크린 샷의 법원은 피고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 약식사건. 생각대로 진행되었었군요.

 

▲ 선고기일... 판결선고?? 망했어요!!!

 

사실상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봐야겠네요. 이 상황에서 제가 손쓸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어 보였고, 공탁금을 수령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대법원 전자공탁 사이트로 들어가 공탁금 수령 신청 절차를 진행.

 

신청 과정을 캡처하여 설명해볼까 했는데, 처리 후에는 결과만 조회해볼 수 있게 되어 있어 아쉽게 되었네요.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으니 찬찬히 진행하시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T i p.
인터넷 공탁금 수령신청은 공탁금이 5000만원 이하일 때 할 수 있습니다. 출금신청시 주민등록등초본 스캔본을 첨부하라고 나오는데, 개인정보이용 사전 동의란에 체크를 하면 제출하지 않아도 됩니다.청구사유 선택란이 있는데, '이의를 유보하고 출급함'을 선택해 두면 나중에라도 민사소송 등으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므로 통상적으로 많이 이용된다고 합니다.

 

공탁금 수령이 끝나면 ‘더치트 피해사례 등록약관 ⑤항’에 따라 피해사례를 삭제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삭제 안하시면 (예외규정이 없어 아무리 봐도 이상한)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엮이실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제가 겪은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보시다시피 가해자는 짧은 기간 안에 검거되어 처벌되었고, 피해금액은 온전히 보전받을 수 있었습니다. 형량이 크던 작던 간에 가해자한테 범죄경력 하나 남겨주는 데 성공했고, 일정 기간 안에 다시 사기를 치면 상습규정 적용받아 가중처벌 받게 될 것입니다(군대 갔다 오면 리셋되어 있을 걸 생각하면 속이 좀 쓰리지만요. -_-^).

 

이처럼 아무리 작은 피해라도 조금만 의지를 가지고 대처하면 결국은 구제받을 수 있으니 귀찮더라도, 당황스럽더라도 대처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형사서류 접수는 짧으면 20분, 길면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반면 가해자가 입는 금전적/사회적인 손실은 이를 상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변제능력/변제의사가 없으면 감형도 쉽지 않을테고, 법률구조공단에 요청하면 배상명령 제도(소액은 어려움)나 손해배상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구제받을 수 있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서로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아쉬운 쪽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쪽입니다(다만 형사재판 후 민사 쪽까지 손을 대면 아무리 법률구조공단이 도와준다고 해도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실 겁니다.;;;).

 

피해자가 보상받기 어려운 '온라인 (소액) 물품거래 사기'의 특성을 노려 악의적으로 죄를 저지른 경우 초범임에도 실형을 선고한 판례가 최근에 나온 것을 볼 때 처벌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인 것 같고, 미성년자도 의무적으로 형을 감해 주겠지만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혹여나 이 글을 보면서 사기를 계획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자제하시고, 그 머리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실행에 옮기면서 떳떳하게 돈을 버셨으면 좋겠습니다.


쓸 데 없이 글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짧게 요약하고 마치겠습니다.

 

인(생은). 실(전이다). 좃(만아). 시전, 어렵지 않아요.
신고 → 기다림 → 잡히면 법원이 알아서 처벌해 주심.
돈도 알아서 줌.

 

마칩니다. ^^

 

2018. 12. 11. 추가.

배상명령신청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링크 첨부합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6394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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